건축물철거 전문기업 에스이산업개발

최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전국 주요 대학병원 등 12개 대형병원을 조사한 결과 복도, 입원실 등 환자와 병원 직원들이 이용하는 공간에서 석면함유 천장자재를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서울대학교병원의 경우 ▲본관 ▲어린이병원 ▲어린이병원별관 등 3개 건물에 대한 석면조사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천장텍스에서 백석면 3~5%가 검출됐다. 전체 석면 자재가 파손된 부위는 269곳에 달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유해물질에 취약한 환자들, 특히 어린이 환자들이 모여 있는 병원에서 나온 결과라서 더욱 충격적이다. 이에 기자는 서울대병원을 직접 찾았다.

◇ 구멍 뚫리고 얼룩지고…천장은 ‘엉망진창’

병원을 직접 돌아다니며 살펴보니 상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본원은 겉보기에는 깨끗해보였으나 환자들이 많이 이동하는 진료실 앞 천장의 손상이 눈에 띄었다. 특히 지하로 내려가니 그 상태는 더욱 좋지 않았다.

의료연대 현정희 서울대병원분회장에 따르면 어린이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는 얼마 전 언론 보도 이후(국정감사 전) 페인트칠을 해 임시조치 취해둔 상태다. 실제로 살펴보니 하얗게 페인트칠이 돼 있어 한 눈에 보기에는 깨끗해 보였다. 페인트칠을 해두면 석면 분진이 덜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얼마나 버틸지는 의문이라고 현정희 분회장은 우려를 표했다.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자 금이 가 있는 천장 판넬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구멍이 뚫려있거나 물이 새 얼룩이 져 있는 곳도 있었다. 현정희 분회장은 좁은 판넬일수록 석면 분진이 더 쉽게 날린다고 설명했는데 지하 1층 복도 천장은 주로 좁은 판넬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복도를 통해 환자들의 밥과 환자복, 담요 등이 이동된다고 현정희 분회장은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서는 서울대병원의 석면관리 예산이 지난해 2억8000만원에서 올해 50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된 점이 지적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감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고 “일주일이면 공사가 가능한 본관과 어린이병원의 연결통로라도 석면자재들을 조속히 교체하는 등 ‘석면 없는 병원’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은 “예산 등의 문제로 석면 함유 건축자재를 시일 내에 일괄적으로 교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첨단외래센터 등 수백억원대 건물을 짓는 데는 돈을 펑펑 쓰는 서울대병원이 석면 자재를 교체하는 데는 왜 이렇게 인색한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현장 여건 따라’ vs ‘가장 우선적인 일’

현정희 분회장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수백억원대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예산이 없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것.

현정희 분회장은 “현재 병원 내에 석면 관리지도가 배치되어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도를 작성해 배치해야 한다고 병원 측에 공문을 보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석면지도 배치는 법으로 정해진 사항인데 지도가 없는 것인지 파손된 석면 천장이 많아 공개를 못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또한 파손된 곳이 269군데로 발표됐지만 실제로 안 보이는 곳까지 합하면 300곳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 병원 내에 석면지도가 배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석면지도는 건축과에 배치돼 있으며, 병원은 석면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환경부 석면관리종합정보망에 등재했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6개월마다 변동 사항을 기록, 관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홍보팀 관계자에 따르면 병원 측은 문제가 된 천장에 대해 부분적으로 교체하는 사항을 검토 중이다. 환자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막아놓고 시행하기 어려워 현장 여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보수를 진행한다는 것.

또한 “내년에 첨단외래센터 공사가 시작되면 전면적으로 보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병원이 리모델링 시 천장교체를 함께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픈 환자들, 특히 어린이병원이 있는 곳인 만큼 가장 우선적으로 천장 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